미국 식문화의 뼈대를 바꾸는 K-푸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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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Food Global

미국 식문화의 뼈대를 바꾸는 K-푸드의 진화

2026.10.19

진정한 세계화는 반짝이는 ‘화제성’을 넘어 매일의 ‘소비 빈도’를 확보할 때 완성됩니다. 최근 미국 마트에서 냉동 김밥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K-푸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지의 식문화를 정복했다고 단언하기엔 이른 이유입니다. 평범한 미국 가정의 일상식을 상상해 보면 그 간극이 명확해집니다. K-푸드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 번 즐기는 이국적인 요리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렇다면 K-푸드는 영원히 가끔 소비되는 ‘특식’의 자리에 만족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진정한 글로벌화를 향한 CJ제일제당의 다음 스텝이 등장합니다.

미국 식탁에 스며들기 대작전
K-푸드,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평범한 미국 가정의 냉장고를 열어보면 떡볶이와 김밥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 번 먹는 ‘특별한 외국 음식’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이 매일 퇴근하고 데워 먹는 진짜 주식은 결국 피자, 햄버거, 파스타 같은 음식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K-푸드는 영원히 가끔 먹는 특식에 머물러야 할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진짜 글로벌화의 다음 스텝이 등장합니다. 식탁을 하루아침에 한식으로 엎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먹고 자란 가장 익숙한 일상식에 한국의 맛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겁니다. 이른바 치밀하고 정교한 ‘식문화 물밑작업’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2019년 CJ제일제당이 미국 냉동식품 시장의 거인 ‘슈완스(Schwan's)’를 인수한 건 엄청난 포석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아, 슈완스가 가진 미국 전역 마트 유통망에 비비고 만두를 쫙 깔려고 하는구나!” 유통망 확보,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죠. 진짜 핵심은 두 회사가 가진 압도적인 ‘기술력의 결합’이었거든요.
슈완스는 미국 냉동피자 1위 ‘레드바론(Red Baron)’을 만든, 도우를 굽는 데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곳입니다. 여기에 전 세계를 홀린 비비고의 한국식 풍미가 결합한다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익숙하게 먹는 피자라는 ‘포맷’ 위에 한국의 맛을 올리는 겁니다.
그 융합의 결과물이 바로 최근 미국 코스트코에 정식 입성한 ‘비비고 코리안 BBQ 스타일 피자(bibigo Korean BBQ-Style Pizza)’입니다. 이게 왜 대단한 걸까요? 큰맘을 먹고 낯선 외국 음식을 집을 필요 없이, 미국 소비자들은 ‘오늘 저녁 그냥 피자 먹을까?’ 하고 익숙하게 집어 들게 됩니다. 한국 음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피자라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한국의 맛을 아주 자연스럽게 소비하도록 형태를 빌린 겁니다.
이런 치밀한 물밑작업은 피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뜬 글로벌 햇반, ‘비비고 스티키 라이스(bibigo sticky rice)’ 광고를 보면 CJ제일제당의 의도가 더 명확해집니다. 대문짝만하게 걸린 카피가 뭔지 아시나요? 'Sticks to anything!’ 어디에나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뜻이죠. 보통 밥이면 ‘삼겹살이나 김치랑 드세요’라고 홍보하는 게 상식이죠. 하지만 CJ제일제당은 판을 다르게 짭니다. 스테이크, 부리또 볼, 심지어 맥앤치즈까지. 평소에 썰고 포크로 찍어 먹는 음식들 옆에 이 찰진 밥을 한번 곁들여 보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한식을 소비해야 할지 모르면 확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CJ제일제당은 아예 현지의 메뉴와 식문화 속에 한국의 밥을 페어링 시켜버리는 방식을 택한 거죠.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만두 한 봉지를 집었던 소비자가, 어느 날은 피자에서 한국의 맛을 만나고, 또 어느 날은 평소 먹던 식사에 밥을 곁들이는 것. 이렇게 K-푸드가 특별한 경험에서 벗어나 매일의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는 게, 어쩌면 K-푸드 세계화의 다음 단계일 겁니다.

유통망을 넘어선 기술의 결합, 슈완스 인수의 진짜 포석

지난 2019년, CJ제일제당이 미국 냉동식품 시장의 거인 ‘슈완스(Schwan's)’를 인수한 행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거대한 빅딜을 두고 ‘슈완스가 보유한 미국 전역의 유통망을 활용해 비비고 입점을 확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유통망 확보, 물론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시너지에 불과한데요. CJ제일제당이 노린 진짜 핵심은 두 회사가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압도적인 ‘기술력의 결합’이었습니다.

슈완스는 미국 냉동피자 시장 1위 브랜드인 ‘레드바론(Red Baron)’을 탄생시킨 곳입니다. 수십 년간 미국인들의 입맛을 연구해 완벽한 피자를 만들어 내는 데는 현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한 기업이죠. 여기에 전 세계를 홀린 비비고의 한국식 풍미가 결합한다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요? 미국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소비하는 피자라는 ‘포맷’ 위에 한국의 맛을 이식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낯선 한식을 익숙한 ‘피자의 언어’로 번역하다

그 기술 융합의 결과물이 바로 최근 미국 코스트코 냉동식품 코너에 정식 입성한 ‘비비고 코리안 BBQ 스타일 피자(bibigo Korean BBQ-Style Pizza)’입니다. K-푸드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버린 이 피자, 낯선 외국 음식을 먹기 위해 큰맘 먹을 필요 없이 미국 소비자들은 평소처럼 ‘오늘 저녁엔 그냥 피자나 먹을까?’하고 집어 들게 됩니다.

미국 Costco에서 판매 중인 bibigo Korean BBQ-Style Pizza)
미국 Costco에서 판매 중인 bibigo Korean BBQ-Style Pizza

늘 먹던 형태의 음식을 선택했을 뿐인데, 그 위에는 한국식 불고기의 묵직한 감칠맛이 완벽한 밸런스로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그대로 제안하는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자’라는 그들의 일상적인 언어와 형태를 빌려 한국의 맛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소비하도록 재정의한 것입니다.

 

“스테이크에 곁들이세요”, 맥락을 재설계하다

이러한 치밀한 물밑작업은 비단 피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대문짝만 하게 걸린 글로벌 햇반, ‘비비고 스티키 화이트 라이스(bibigo Sticky White Rice)’ 광고를 보면 CJ제일제당의 의도가 명확히 보입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bibigo Sticky White Rice 광고 이미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bibigo Sticky White Rice 광고 이미지

이 광고의 메인 카피는 ‘Sticks to anything!’, 어디에나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뜻입니다. 보통 한국 밥이라고 하면 ‘삼겹살이나 김치, 찌개와 함께 드세요’라고 한식의 틀 안에서 홍보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판을 더 크게 짰습니다. 스테이크, 부리또 볼, 심지어 맥앤치즈까지. 미국인들이 평소 썰고 포크로 찍어 먹는 그들의 일상적인 음식들 옆에도 이 찰진 한국의 밥을 한번 곁들여 보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식품이 낯선 시장에 안착하려면, 소비자가 그것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 소비의 맥락을 모르면 확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죠. 그래서 CJ제일제당은 한국의 맛을 현지의 메뉴와 식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페어링 시키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bibigo Cooked Sticky White Rice
bibigo Cooked Sticky White Rice

 

특별한 경험에서 매일의 식탁으로

처음에는 이국적인 호기심으로 비비고 만두 한 봉지를 집어 들었던 현지 소비자가 있습니다. 이제 그 소비자는 어느 날 저녁엔 익숙한 피자를 통해 한국의 맛을 깊게 경험하고, 또 어느 날은 평소 먹던 양식 스테이크에 찰진 한국식 밥을 곁들여 식사를 완성합니다.

K-푸드가 일주일에 한 번 먹는 특별한 경험에서 벗어나, 매일의 식탁에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선택받는 일상식이 되는 것. 미국인들의 밥상 한가운데로 치밀하고 맛있게 스며들고 있는 CJ제일제당의 이 거대한 물밑작업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K-푸드 세계화의 다음 단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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